갑질만 문제가 아닙니다: 외주 개발사의 '을질'

요약

갑질은 많이 이야기되지만, 외주에서 갑이 당하는 '을질'은 잘 다뤄지지 않습니다. 약속을 반복해 어기고, 잘못을 갑 탓으로 돌리고, 피해자를 자처하는 패턴 — 인테리어에서 직접 겪은 일을 외주 개발에 비춰, 한 번의 실패가 왜 치명적인지와 미리 거르는 법을 적습니다.

저는 인테리어와 소프트웨어 외주를 자주 비교합니다. 금액대가 비슷한 경우가 많고, 일이 진행되는 방식도, 그리고 사기를 당하는 패턴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을질'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갑질은 많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외주에서는 갑이 당하는 경우, 이른바 "을질"도 자주 있습니다. 외주 개발사의 사기나 횡포는 사례가 차고 넘칩니다. 유튜브만 검색해도 비슷한 피해담이 수두룩하고, IT 사업을 해 보신 분이라면 한두 다리만 건너도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만큼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최근 인테리어 사기를 당했습니다

네, 실화입니다. 블로그용으로 지어낸 사례가 아니라, 제가 바로 얼마 전에 직접 겪은 일입니다ㅠㅠ.

사무실을 옮기면서 인테리어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가깝도록 마무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그 업체 사장의 태도에 질려 버렸습니다.

약속은 스무 번 넘게 깨졌습니다. 어느 순간 약속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정해진 기간에 해야 할 일을 "자금이 바닥나서 지금은 못 한다"고 하고, 명절 지나서 해주면 안 되겠냐며 90도로 인사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제가 한 번 이해해 주니, 같은 공정 하나의 기한만 네 번을 더 미뤘습니다. 전체 공정으로 따지면 기한이 수십 번 밀렸습니다. 어떤 때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습니다.

문짝과 싱크대가 겨우 달렸지만 천장 마감은 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에 연속으로 나와 끝내야 할 일을, 그 와중에도 다른 곳 영업을 뛰며 미뤘습니다. 그러면서 SNS에는 "이 퀄리티를 이 금액에 해줬다"고 자랑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부른 금액에서 1원도 깎지 않았습니다.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더 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나서, 너무 화가 나 SNS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은, 제가 갑질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해자에게는 죄의식이 없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그 사람의 강한 '곤조'에 끌려 바로 계약했습니다. 자신감 있어 보였고, 일을 잘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항상 자기가 피해자였고, 같이 일했던 클라이언트를 끝없이 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신호를 저는 그때 읽지 못했습니다.

유튜브에는 해외 범죄를 다루는 채널이 많습니다. 거기서 가해자들의 말을 자세히 보면 소름 끼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죄의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잘못을 알면서 시치미를 떼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사람들은 진짜로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고 믿습니다. 자기 행동 하나하나에 끝없이 정당성을 붙이고, 어느 순간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킵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저쪽이 무리하게 굴었다'는 식입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하는 데 단 1의 죄책감도 없습니다. 본인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거짓말이 들통나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기 문제가 드러난 순간, 또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바꾸고 새로운 거짓말을 얹습니다.

이쯤 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이해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죄의식이 없고, 끊임없이 거짓말하고 우기며, 모든 것을 자기 유리한 대로 돌리고 잘못은 상대에게 떠넘기는, 그런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니 듣는 사람은 흔들립니다. 저렇게까지 확신에 차서 강하게 말하니 '정말 그런가?' 하고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합니다. 제가 6개월을 참아 준 것도 그 메커니즘 안에 있었습니다.

결국 받을 것은 다 받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상처뿐입니다. 입주가 늦어졌고, 새 사무실에서 신나게 일을 시작하려던 그 모멘텀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깨졌습니다. 그건 무엇으로도 보상받지 못합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매일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가, 혹은 가까운 지인이 이런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말이 통할 거라 믿고 일을 맡겼는데 상대가 저런 식이라면, 일상은 빠르게 망가지고 멀쩡하던 사람도 무너집니다. 인생이 정말 파괴적으로 변합니다. 외주 개발사를 잘못 만난다는 건, 바로 그런 사람에게 내 사업을 통째로 맡기는 일입니다.

이게 외주 개발과 같은 이야기인 이유

소프트웨어 외주는 금액이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개발사를 만나면 괴멸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단순히 돈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외주를 맡길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동력을 잃습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뜯긴 멘탈이 다음 도전을 막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창업가가 두 번째 도전을 하지 못하고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습니까. 또는 일상이 무너졌습니까.

인테리어에서 6개월을 잃은 저는 그래도 받을 것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외주 개발에서는 반쯤 만들다 멈춘 코드, 받지 못한 소스코드, 떠나 버린 개발사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타격은 인테리어보다 훨씬 큽니다. 외주가 실패하는 패턴은 별도 글에서 더 다룹니다.

을질의 패턴: 미리 알아 두면 거를 수 있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외주 개발에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은 신호가 됩니다.

  • 약속이 의미를 잃는다. 일정이 반복해서 밀리고, 어느 순간 약속이라는 말 자체가 무게를 잃습니다.
  • 자금난을 클라이언트가 떠안는다. "지금 자금이 어려워서"라며 일을 미루고, 그 사이 다른 프로젝트 영업을 뜁니다. "자금이 좀 풀리면 해주겠다"고 하지만, 선금으로 다른 곳 구멍을 메우는 구조라 내 프로젝트는 계속 뒤로 밀립니다. 내가 낸 돈은 이미 그 사람 생활비와 다른 현장으로 다 빠져나간 뒤라, 정작 내 현장에 쓸 돈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 반쯤 만들고 멈춘다. 핵심은 안 됐는데 보여주기 좋은 부분만 되어 있습니다. 연락은 점점 늦어집니다.
  • 잘못을 갑 탓으로 돌린다. 지연도, 품질도 전부 클라이언트 책임이라고 합니다. 빨리 해달라고 하면 "갑질한다"고 합니다.
  • 피해자를 자처한다. 자기는 늘 당하는 쪽이고, 과거 클라이언트를 욕합니다. 이게 가장 분명한 신호입니다.

내가 낸 돈은 내 현장에 쓰이지 않습니다: 폰지 구조

이 부분은 한 줄로 넘기기엔 너무 중요해서 따로 적습니다. 그 사장은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지금 이래저래 돈이 많이 나가서 자금이 없다. 곧 다른 데서 계약금이 들어올 게 있는데, 그 돈으로 남은 공정을 마무리해 주겠다."

처음엔 사정이 어렵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폰지 사기와 같은 구조입니다. 애초에 제가 지불한 돈은 제 현장에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 돈은 이미 다른 현장, 그리고 그 사람의 생활비로 다 나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금난을, 새로 들어온 다른 곳의 선금으로 메웁니다.

이 구조에서는 피해자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내 공정은 다음 사람의 돈으로 메워지고, 그다음 사람의 공정은 또 그다음 사람의 돈으로 메워집니다. 그 줄의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돈만 내고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끝납니다. 외주 개발도 똑같습니다. 내가 낸 선금이 내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 개발사의 구멍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이미 그 폰지의 한 줄에 들어선 것입니다.

왜 끝까지 싸우기도 어려운가

가장 악질적인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손해를 입어도 끝까지 싸우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변호사를 고용해 손해배상을 받아 봤자 그 금액이 변호사 비용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돈은 오히려 부차적입니다. 더 큰 장벽은 소송 그 자체에 드는 심력입니다. 소송은 오래 걸리고, 그 긴 시간 내내 신경을 갉아먹습니다. 본업에 써야 할 에너지를 분쟁에 쏟으며, 이겨도 개운하지 않은 싸움에 몇 달씩 매여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압니다. 피해자가 결국 지쳐 끝까지 가지 않을 거라는 걸 계산에 넣고 행동합니다.

설령 돈을 일부 돌려받아도, 잃어버린 시간과 깨진 모멘텀, 무너진 멘탈은 보상되지 않습니다. 외주 개발에서는 이 비용이 인테리어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당하고 나서 싸우는 것'보다 '당하기 전에 거르는 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계약 전에 거르는 법

완벽한 검증은 없지만, 제가 그때 놓쳤던 신호들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 과거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말하는가. 지난 고객을 욕하는 사람은, 다음엔 당신을 욕합니다. 첫 미팅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신호입니다.
  • 약속이 구체적인가. "잘해드릴게요"가 아니라,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줄지가 계약서에 적히는가. (계약서에 없는 것이 문제다)
  • 중간이 투명한가. 3개월 뒤 완성품만 보여주겠다는 곳은 피하세요. 중간 산출물을 동작하는 형태로 계속 확인할 수 있어야, 문제를 일찍 발견하고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화이트박스 개발)
  • 강한 자신감과 실력을 구분하라. '곤조'와 자신감은 실력의 증거가 아닙니다. 저는 그걸 실력으로 착각해 바로 계약했고, 그게 6개월의 시작이었습니다.

개발사인 저희가 이 글을 쓰는 이유

프로덕트 메이커는 외주 개발사입니다. 즉 저희도 '을'입니다. 그래서 을질을 더 잘 알아봅니다. 같은 업계에서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말로 빠져나가는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모든 프로젝트를 화이트박스 방식으로, 소스코드를 클라이언트가 접근할 수 있게, 서버를 클라이언트 명의로, 중간 산출물을 격주로 공유하며,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클라이언트가 아무것도 잃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을질의 반대편에 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에 당할 수 없는 구조로 일하는 것입니다. 개발사를 고르는 기준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마무리

갑질은 많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을질은 잘 다뤄지지 않습니다. 당한 쪽이 입을 닫고, 자기혐오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6개월을 참아 준 제가 등신인가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합니다. 외주에서 갑이 당하는 일은 실제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당하기 전에 신호를 읽으세요. 그게 이 긴 이야기에서 제가 남기고 싶은 한 가지입니다.

외주 개발사를 고르는 과정에서 판단이 필요하시다면, 프로젝트 상담을 통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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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은 많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외주에서는 갑이 당하는 경우, 이른바 "을질"도 자주 있습니다. 외주 개발사의 사기나 횡포는 사례가 차고 넘칩니다. 유튜브만 검색해도 비슷한 피해담이 수두룩하고, IT 사업을 해 보신 분이라면 한두 다리만 건너도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만큼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최근 인테리어 사기를 당했습니다

네, 실화입니다. 블로그용으로 지어낸 사례가 아니라, 제가 바로 얼마 전에 직접 겪은 일입니다ㅠㅠ.

사무실을 옮기면서 인테리어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가깝도록 마무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그 업체 사장의 태도에 질려 버렸습니다.

약속은 스무 번 넘게 깨졌습니다. 어느 순간 약속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정해진 기간에 해야 할 일을 "자금이 바닥나서 지금은 못 한다"고 하고, 명절 지나서 해주면 안 되겠냐며 90도로 인사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제가 한 번 이해해 주니, 같은 공정 하나의 기한만 네 번을 더 미뤘습니다. 전체 공정으로 따지면 기한이 수십 번 밀렸습니다. 어떤 때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습니다.

문짝과 싱크대가 겨우 달렸지만 천장 마감은 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에 연속으로 나와 끝내야 할 일을, 그 와중에도 다른 곳 영업을 뛰며 미뤘습니다. 그러면서 SNS에는 "이 퀄리티를 이 금액에 해줬다"고 자랑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부른 금액에서 1원도 깎지 않았습니다.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더 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나서, 너무 화가 나 SNS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은, 제가 갑질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해자에게는 죄의식이 없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그 사람의 강한 '곤조'에 끌려 바로 계약했습니다. 자신감 있어 보였고, 일을 잘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항상 자기가 피해자였고, 같이 일했던 클라이언트를 끝없이 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신호를 저는 그때 읽지 못했습니다.

유튜브에는 해외 범죄를 다루는 채널이 많습니다. 거기서 가해자들의 말을 자세히 보면 소름 끼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죄의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잘못을 알면서 시치미를 떼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사람들은 진짜로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고 믿습니다. 자기 행동 하나하나에 끝없이 정당성을 붙이고, 어느 순간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킵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저쪽이 무리하게 굴었다'는 식입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하는 데 단 1의 죄책감도 없습니다. 본인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거짓말이 들통나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기 문제가 드러난 순간, 또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바꾸고 새로운 거짓말을 얹습니다.

이쯤 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이해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죄의식이 없고, 끊임없이 거짓말하고 우기며, 모든 것을 자기 유리한 대로 돌리고 잘못은 상대에게 떠넘기는, 그런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니 듣는 사람은 흔들립니다. 저렇게까지 확신에 차서 강하게 말하니 '정말 그런가?' 하고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합니다. 제가 6개월을 참아 준 것도 그 메커니즘 안에 있었습니다.

결국 받을 것은 다 받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상처뿐입니다. 입주가 늦어졌고, 새 사무실에서 신나게 일을 시작하려던 그 모멘텀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깨졌습니다. 그건 무엇으로도 보상받지 못합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매일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가, 혹은 가까운 지인이 이런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말이 통할 거라 믿고 일을 맡겼는데 상대가 저런 식이라면, 일상은 빠르게 망가지고 멀쩡하던 사람도 무너집니다. 인생이 정말 파괴적으로 변합니다. 외주 개발사를 잘못 만난다는 건, 바로 그런 사람에게 내 사업을 통째로 맡기는 일입니다.

이게 외주 개발과 같은 이야기인 이유

소프트웨어 외주는 금액이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개발사를 만나면 괴멸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단순히 돈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외주를 맡길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동력을 잃습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뜯긴 멘탈이 다음 도전을 막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창업가가 두 번째 도전을 하지 못하고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습니까. 또는 일상이 무너졌습니까.

인테리어에서 6개월을 잃은 저는 그래도 받을 것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외주 개발에서는 반쯤 만들다 멈춘 코드, 받지 못한 소스코드, 떠나 버린 개발사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타격은 인테리어보다 훨씬 큽니다. 외주가 실패하는 패턴은 별도 글에서 더 다룹니다.

을질의 패턴: 미리 알아 두면 거를 수 있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외주 개발에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은 신호가 됩니다.

  • 약속이 의미를 잃는다. 일정이 반복해서 밀리고, 어느 순간 약속이라는 말 자체가 무게를 잃습니다.
  • 자금난을 클라이언트가 떠안는다. "지금 자금이 어려워서"라며 일을 미루고, 그 사이 다른 프로젝트 영업을 뜁니다. "자금이 좀 풀리면 해주겠다"고 하지만, 선금으로 다른 곳 구멍을 메우는 구조라 내 프로젝트는 계속 뒤로 밀립니다. 내가 낸 돈은 이미 그 사람 생활비와 다른 현장으로 다 빠져나간 뒤라, 정작 내 현장에 쓸 돈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 반쯤 만들고 멈춘다. 핵심은 안 됐는데 보여주기 좋은 부분만 되어 있습니다. 연락은 점점 늦어집니다.
  • 잘못을 갑 탓으로 돌린다. 지연도, 품질도 전부 클라이언트 책임이라고 합니다. 빨리 해달라고 하면 "갑질한다"고 합니다.
  • 피해자를 자처한다. 자기는 늘 당하는 쪽이고, 과거 클라이언트를 욕합니다. 이게 가장 분명한 신호입니다.

내가 낸 돈은 내 현장에 쓰이지 않습니다: 폰지 구조

이 부분은 한 줄로 넘기기엔 너무 중요해서 따로 적습니다. 그 사장은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지금 이래저래 돈이 많이 나가서 자금이 없다. 곧 다른 데서 계약금이 들어올 게 있는데, 그 돈으로 남은 공정을 마무리해 주겠다."

처음엔 사정이 어렵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폰지 사기와 같은 구조입니다. 애초에 제가 지불한 돈은 제 현장에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 돈은 이미 다른 현장, 그리고 그 사람의 생활비로 다 나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금난을, 새로 들어온 다른 곳의 선금으로 메웁니다.

이 구조에서는 피해자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내 공정은 다음 사람의 돈으로 메워지고, 그다음 사람의 공정은 또 그다음 사람의 돈으로 메워집니다. 그 줄의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돈만 내고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끝납니다. 외주 개발도 똑같습니다. 내가 낸 선금이 내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 개발사의 구멍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이미 그 폰지의 한 줄에 들어선 것입니다.

왜 끝까지 싸우기도 어려운가

가장 악질적인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손해를 입어도 끝까지 싸우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변호사를 고용해 손해배상을 받아 봤자 그 금액이 변호사 비용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돈은 오히려 부차적입니다. 더 큰 장벽은 소송 그 자체에 드는 심력입니다. 소송은 오래 걸리고, 그 긴 시간 내내 신경을 갉아먹습니다. 본업에 써야 할 에너지를 분쟁에 쏟으며, 이겨도 개운하지 않은 싸움에 몇 달씩 매여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압니다. 피해자가 결국 지쳐 끝까지 가지 않을 거라는 걸 계산에 넣고 행동합니다.

설령 돈을 일부 돌려받아도, 잃어버린 시간과 깨진 모멘텀, 무너진 멘탈은 보상되지 않습니다. 외주 개발에서는 이 비용이 인테리어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당하고 나서 싸우는 것'보다 '당하기 전에 거르는 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계약 전에 거르는 법

완벽한 검증은 없지만, 제가 그때 놓쳤던 신호들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 과거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말하는가. 지난 고객을 욕하는 사람은, 다음엔 당신을 욕합니다. 첫 미팅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신호입니다.
  • 약속이 구체적인가. "잘해드릴게요"가 아니라,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줄지가 계약서에 적히는가. (계약서에 없는 것이 문제다)
  • 중간이 투명한가. 3개월 뒤 완성품만 보여주겠다는 곳은 피하세요. 중간 산출물을 동작하는 형태로 계속 확인할 수 있어야, 문제를 일찍 발견하고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화이트박스 개발)
  • 강한 자신감과 실력을 구분하라. '곤조'와 자신감은 실력의 증거가 아닙니다. 저는 그걸 실력으로 착각해 바로 계약했고, 그게 6개월의 시작이었습니다.

개발사인 저희가 이 글을 쓰는 이유

프로덕트 메이커는 외주 개발사입니다. 즉 저희도 '을'입니다. 그래서 을질을 더 잘 알아봅니다. 같은 업계에서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말로 빠져나가는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모든 프로젝트를 화이트박스 방식으로, 소스코드를 클라이언트가 접근할 수 있게, 서버를 클라이언트 명의로, 중간 산출물을 격주로 공유하며,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클라이언트가 아무것도 잃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을질의 반대편에 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에 당할 수 없는 구조로 일하는 것입니다. 개발사를 고르는 기준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마무리

갑질은 많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을질은 잘 다뤄지지 않습니다. 당한 쪽이 입을 닫고, 자기혐오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6개월을 참아 준 제가 등신인가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합니다. 외주에서 갑이 당하는 일은 실제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당하기 전에 신호를 읽으세요. 그게 이 긴 이야기에서 제가 남기고 싶은 한 가지입니다.

외주 개발사를 고르는 과정에서 판단이 필요하시다면, 프로젝트 상담을 통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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