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며, 도면을 직접 그려 봤습니다
최근 사무실을 옮기면서 인테리어를 진행했습니다. 원하는 공간을 인테리어 업자에게 말로만 전달하면 서로 그리는 그림이 어긋나기 마련이라, 도면을 직접 그려 전달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써 본 두 도구가 플로어플래너(Floorplanner)와 스케치업(SketchUp)입니다.
3D를 만드는 사람의 눈으로 두 툴을 나란히 써 보니, 차이는 기능 목록이 아니라 철학에 있었습니다. 한쪽은 "누구나 빠르게"를, 다른 한쪽은 "정밀하게 무엇이든"을 택하고 있었고, 그 차이가 비즈니스마다 맞춤 툴을 만드는 저희 일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플로어플래너: 마우스 몇 번이면 도면이 선다
플로어플래너는 2D 기반입니다. 벽체를 마우스로 몇 번 클릭하면 방 하나가 그대로 섭니다. 도면을 만드는 일이 놀랄 만큼 쉽고 빠릅니다.
가장 큰 강점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별도 가이드나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처음 켠 사람이 곧바로 벽을 세우고 공간을 잡을 수 있습니다. 대신 정밀함은 내려놓습니다. 세밀하게 치수를 맞추거나 복잡한 형태를 잡으려 하면 금세 한계가 옵니다. "대충 이런 구조"까지는 순식간이지만, 그 이상으로 깊이 들어가긴 어렵습니다.
철학은 분명합니다. 누구나, 빠르게. 정밀함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진입장벽을 0에 가깝게 낮춘 도구입니다.
스케치업: 정밀하지만, 배워야 한다
스케치업은 반대편에 섭니다.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고, 그래서 인테리어 업자들이 표준처럼 쓰는 도구입니다.
다만 도면을 "그리는" 일 자체는 플로어플래너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벽체 하나도 면을 밀어내고 당기는 입체 기능으로 직접 높이고 줄여 가며 만들어야 해서, 단순히 선을 긋듯 빠르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나름의 학습이 필요한 도구입니다.
그 학습 비용을 받는 대신 돌려주는 것이 범위입니다. 거의 모든 형태의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사용자들이 올려 둔 에셋 라이브러리가 워낙 방대해서 웬만한 가구는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철학은 정밀함과 확장성입니다. 배우는 비용을 치르는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는 폭을 활짝 열어 줍니다.
두 철학은 같은 축의 양 끝이다
두 툴의 차이는 "어느 쪽 기능이 더 많은가"가 아닙니다. 정밀함과 간편함이라는 하나의 축에서, 서로 반대편 끝을 택한 것입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트레이드오프입니다. 정밀하게 만들수록 다룰 것이 많아져 복잡해지고, 간편하게 만들수록 쉬워지는 대신 담을 수 있는 기능이 줄어듭니다. 모든 도구 설계가 결국 이 사이 어딘가에서 한 점을 골라야 합니다.
플로어플래너는 간편함 끝, 스케치업은 정밀함 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둘 다 "모두를 위한" 범용 도구이기 때문에, 어중간한 평균값을 잡기보다 한쪽 극단을 분명히 택해 또렷한 정체성을 가진 셈입니다.
맞춤 툴을 만드는 회사는, 그 사이 어딘가를 골라야 한다
저희는 특정 비즈니스에 맞는 3D·웹 도구를 만드는 회사라, 이 트레이드오프를 프로젝트마다 다시 마주합니다. 범용 도구는 한쪽 극단을 택하면 되지만, 맞춤 도구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 비즈니스의 사용자가 감당할 만큼의 간편함과, 그 일에 꼭 필요한 만큼의 정밀함을 골라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은 늘 같습니다. 누가 쓰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정밀해야 하는가.
- 고객이 직접 만지는 셀프 제안·견적 도구라면 플로어플래너 쪽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클릭 몇 번에 결과가 나와야 하고, 학습이 필요한 순간 사용자는 떠납니다.
- 내부 전문가가 다루는 설계 도구라면 스케치업 쪽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약간의 학습을 감수하더라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일이 됩니다.
핵심은 모든 기능을 다 넣는 것이 아니라, 그 비즈니스에 필요한 지점에서 정밀함과 간편함을 의도적으로 깎아 맞추는 것입니다. 무엇을 넣을지보다 무엇을 빼도 되는지를 정하는 일이, 맞춤 도구 설계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우리가 그 균형을 잡아 온 자리
저희가 만든 LG ThinQ WebGL 엔진은 도면 지식이 없는 일반 사용자가 자기 집 공간에 가전과 가구를 배치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때는 간편함 쪽으로 깊이 깎아야 했습니다. 동시에 TV·모바일·PC를 넘나드는 여러 기기에서 끊김 없이 같은 경험으로 돌아가야 했으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정밀함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케이씨MMC를 위해 만든 빌드심플리는 반대로 정밀함이 더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필지 위에 콘크리트 모듈러 건물을 배치하고 정북일조를 검토해 견적까지 잇는 일은, 건축과 규제가 얽혀 있어 대충 그려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최종 사용자가 직접 접근하는 서비스라, 전문가용 CAD처럼 무겁게 만들 수도 없었습니다.
사무·상업 가구의 공간 배치 제안도 같은 고민 위에 있습니다.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범용 도구의 양극단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고, 그 비즈니스의 사용자와 목적에 맞는 지점을 찾아 거기에 맞춰 깎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정리
도면 도구 하나를 고를 때도, 비즈니스용 맞춤 도구를 만들 때도 던지는 질문은 같습니다. 누가 쓰고, 어디까지 정밀해야 하는가.
플로어플래너의 간편함과 스케치업의 정밀함은 둘 다 정답입니다. 단지 서로 다른 사용자를 위한 정답일 뿐입니다. 우리 비즈니스의 사용자와 목적을 먼저 정하면, 만들어야 할 도구가 정밀함과 간편함의 축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지가 비로소 보입니다.
비즈니스에 맞는 3D·웹 도구 설계를 고민 중이시라면, 프로젝트 상담을 통해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