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해 보여주기"는 절반이다
제품 컨피규레이터를 도입할 때 흔히 "옵션을 바꿔 보여주는 것"까지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객이 자기 조합을 다 맞춰 놓고 "그래서 이거 얼마예요? 어떻게 사요?"에서 막히면, 잘 만든 컨피규레이터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보여주기는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 조합을 견적과 발주로 잇는 것입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회전·줌이 매끄럽고 재질이 진짜처럼 반짝이는 화면을 만들어 놓고는, 정작 "구매" 버튼을 누르면 전화번호 하나가 뜨는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고객은 방금 5분 동안 맞춘 조합을 머릿속으로 다시 외워 전화로 불러줘야 합니다. 멋진 3D에 들인 비용이 그 한 번의 단절에서 새어 나갑니다.
조합을 견적으로 잇기
각 옵션에 가격·수량·제약을 연결해 두면, 고객이 조합을 바꿀 때마다 예상 견적이 실시간으로 따라 나옵니다. 불가능한 조합은 애초에 막고, 추가금이 붙는 옵션은 그 자리에서 보여줍니다. 고객은 "이 구성이면 대략 얼마"를 스스로 확인하고, 영업팀은 말이 안 되는 조합을 일일이 걸러내는 일에서 벗어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옵션을 고르면 다른 옵션이 자동으로 잠기거나, 특정 색상은 특정 재질에서만 가능한 식의 의존 규칙이 흔합니다. 이걸 코드에 하드코딩해 두면 단가가 바뀔 때마다 개발자를 불러야 합니다. 저희는 이 규칙을 운영자가 직접 표처럼 고칠 수 있게 빼두기를 권합니다. 가격이 분기마다 바뀌는 B2B 제조업에서는 "누가 단가를 고치느냐"가 시스템 수명을 좌우합니다.
견적을 발주·문의로 잇기
마지막은 그 조합과 견적을 그대로 문의·발주로 넘기는 것입니다. 고객이 맞춰 놓은 옵션·수량·예상가가 그대로 영업팀에 전달되면, 영업은 이미 정리된 요구사항을 받아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과정이 사라지고, 문의의 질이 올라갑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이 있습니다. 화면에 정가를 실시간으로 띄우는 방식은 가격을 공개할 수 있는 B2C나 표준 단가 제품에 어울립니다. 가격이 물량·관계로 결정되는 대다수 B2B에서는,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 견적을 직접 노출하기보다 고객이 구성한 내용을 누락 없이 받아 "정리된 문의"로 잇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이때 진짜 목표는 즉석 가격 계산이 아니라,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의 정보와 요구를 정확히 수집해 영업으로 넘기는 것 — 양질의 리드를 쌓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전달이 의외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본 조합과 영업팀이 받은 조합이 일치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고, 이미지·옵션 코드·예상가가 한 묶음으로 넘어가야 견적서 재작성이 줄어듭니다. 저희는 조합 결과를 스냅샷처럼 고정해 문의에 붙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고객이 "그때 봤던 그 구성"과 영업이 받은 구성이 어긋나면, 오히려 신뢰를 깎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든 것
프로덕트 메이커가 케이씨MMC를 위해 구축한 빌드심플리는, 고객이 보유한 필지 위에 콘크리트 모듈러 건물을 배치 시뮬레이션하고 정북일조 검토와 견적까지 한 화면에서 보는 웹 시스템입니다. "조합 → 검토 → 견적"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건물처럼 변수가 많고 규제(일조권)까지 얽힌 영역도 한 화면 안에서 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 단순한 제품 옵션 조합은 오히려 더 단순한 축에 듭니다.
두코 디지털 카탈로그에서도 거래처가 로고·색·재질을 실시간으로 조합해 본 뒤 그대로 문의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화면에 견적을 띄우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시뮬레이터에서 만든 그 상태를 누락 없이 영업 담당자에게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자기 브랜드 로고(BI)를 입히고 재질까지 커스터마이징한 화장품 용기를 만든 상태로 문의하면, 담당자는 그 문의 글에서 고객이 구성한 바로 그 제품을 3D로 다시 돌려보고 정적 이미지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래처가 본 구성과 영업이 받은 구성이 정확히 일치하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단계가 사라지고 문의 하나하나가 곧 정리된 영업 리드가 됩니다. 종이 카탈로그를 웹 3D로 옮긴 뒤 웹을 통한 기업 문의가 사실상 0건에서 약 1년 만에 수백 건 규모로 늘었습니다. 공통점은 컨피규레이터를 "보여주는 화면"이 아니라 "영업의 입구"로 봤다는 점입니다. 고객이 직접 조합하는 경험은 별도 글에서 더 다룹니다.
효과가 작은 경우 — 솔직하게
영업 멘트로는 "모든 제품에 견적 연동을 붙이면 매출이 오른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견적·발주 연동이 잘 맞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 옵션 조합 수가 적은 제품: 변형이 서너 가지뿐이라면 표 한 장이 3D 컨피규레이터보다 빠르고 싸게 끝납니다. 굳이 실시간 견적 엔진을 붙일 이유가 약합니다.
- 가격이 협상으로 결정되는 거래: 물량·납기·관계에 따라 단가가 매번 달라지는 B2B라면, 화면에 뜬 자동 견적이 오히려 협상의 발목을 잡습니다. 이럴 땐 정가 대신 "예상 범위"나 문의 수준만 노출하는 편이 낫습니다.
- 발주 뒤 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제품: 맞춤 제작·설계 검토가 끼는 제품은 "바로 발주"가 오히려 클레임을 부릅니다. 이런 경우 발주가 아니라 "정리된 문의"까지만 잇는 게 정답입니다.
즉 핵심은 "발주 버튼을 끝까지 붙이느냐"가 아니라, 그 업종에서 영업이 막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먼저 보는 것입니다. 어떤 곳은 견적에서, 어떤 곳은 요구사항 정리에서 끊깁니다.
설계 시 짚을 것
- 가격 로직: 옵션별 가격·수량·할인 규칙을 어디서 관리할지. 자주 바뀐다면 운영자가 직접 고칠 수 있어야 합니다.
- 조합 유효성: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합을 막는 규칙. 의존 관계가 많을수록 운영자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분리하세요.
- 가격 노출 범위: 정가를 공개할지, "문의" 수준만 보여줄지 — B2B는 비공개가 많습니다.
- 연동: 문의·발주가 기존 영업·ERP 흐름과 어떻게 이어질지. 사람이 다시 옮겨 적는 단계가 남아 있으면 그 지점에서 데이터가 깨집니다.
컨피규레이터의 가치는 "멋지게 조합되는 화면"이 아니라 "조합이 견적과 발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어디까지 이을지는 업종마다 다릅니다. 보여주기에서 멈추지 말되, 무작정 발주까지 밀어붙이지도 말고, 영업이 실제로 막히는 지점부터 설계하세요.
견적·발주까지 이어지는 컨피규레이터 도입을 검토 중이시라면, 프로젝트 상담을 통해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