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진심으로
요즘 상담에 AI로 정리한 기획서를 들고 오시는 대표님이 부쩍 늘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좋은 신호입니다. 생각을 문서로 만들어 온 발주자와의 미팅은 밀도가 다릅니다. 그 기획서를 비웃는 개발사가 있다면 그쪽이 이상한 겁니다.
완벽한 기획서를 만들어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해 하나를 먼저 풀겠습니다. AI 기획서가 완성형이 아니어도 견적은 나옵니다. 개발사는 일반적으로 기획을 포함해서 견적을 냅니다. 요구사항 리스트를 받으면 그것을 기반으로 화면을 설계하고, 빠진 흐름을 채우는 것까지가 개발사의 일입니다.
그러니 AI 기획서의 역할은 '개발사에 넘길 완성 설계도'가 아닙니다. 내 요구사항을 정리한 문서면 충분합니다.
기획서의 밀도는 질문에서 나옵니다
AI 기획서의 품질은 도구가 아니라 무엇을 물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첫 프롬프트로 나온 문서는 보통 정상 흐름 위주지만, 질문을 제대로 던지면 예외 처리부터 운영 화면까지 빽빽하게 채워진 문서도 얼마든지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가 권하는 준비는 하나입니다. 기획서를 더 다듬는 게 아니라, 아래 다섯 주제를 AI에게 물어보고, 나온 답을 한 번 스스로 고민해 보고 오는 것입니다.
- 취소, 환불, 결제 실패 같은 예외 상황은 어떻게 처리할지
- 운영(관리자, 정산, CS)은 누가 어떤 화면으로 하게 될지
- 상품과 콘텐츠 데이터는 어디서 와서 누가 관리할지
- 지금 쓰는 시스템이나 도구(엑셀, ERP, 회계 등)와 어떻게 만날지
- 무엇이 좋아지면 이 프로젝트가 성공인지
이 중 데이터의 출처와 기존 시스템 목록은 AI가 알 수 없는 회사 내부 사정이니, 이 두 가지만큼은 직접 채우셔야 합니다. 나머지는 AI의 답이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번 고민해 본 상태로 오는 것 자체가 준비입니다.
미팅 1시간의 밀도
이 준비가 왜 중요하냐면, 발주는 보통 여러 개발사를 만나면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한 개발사와의 미팅은 많아야 한두 번, 한 번에 1시간 남짓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얻어 가느냐가 준비에서 갈립니다.
준비 없이 가면 1시간이 기본 개념 설명으로 흘러갑니다. 위 다섯 가지를 고민하고 가면, 같은 1시간에 노하우 있는 개발사의 실전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어떤 지점에서 프로젝트가 틀어지는지, 우리 상황이라면 무엇부터 하는 게 맞는지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 이야기는 계약을 하든 안 하든 남는 자산입니다.
그 기획서, 그대로 들고 오셔도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 기획서는 완성하려고 붙잡고 있을 문서가 아니라, 다섯 주제를 한 번 고민해 본 상태로 들고 오는 대화의 출발점입니다. 빈 곳은 저희가 기획으로 채우고, 기획을 포함해 견적을 드립니다.
지금 만들고 계신 기획서가 있다면 그 상태 그대로 상담에 들고 오셔도 됩니다. 요구사항이 정리되어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준비된 발주입니다.